본문 바로가기

중국 문화

중국 민속 음악과 세계 음악

중국 민속 음악과 세계 음악

1. 중국 소수민족 전통 음악의 다양성

중국은 지리적·역사적·문화적으로 방대한 다양성을 지닌 나라로, 공식적으로 56개의 소수민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소수민족들은 각기 다른 언어·풍습·예술적 양식을 보유하며, 특히 음악 분야에서 두드러진 개성을 드러냅니다. 한족(漢族)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주류 음악과 달리, 소수민족 음악은 지리적·기후적 조건에 긴밀히 연결되어 왔습니다. 유목 생활을 영위하는 북방의 몽골족(蒙古族)은 장대한 초원과 바람 소리를 형상화한 호방한 선율을, 윈난(雲南)·쓰촨(四川) 일대에 정착한 나시족(納西族)은 동파(東巴) 신앙에서 비롯된 신비롭고 의식적인 멜로디를 발전시켰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소수민족 음악에는 종교의식과 제례가 결합한 사례가 많습니다. 예컨대 나시족은 동파 제의에서 ‘동파경(東巴經)’을 낭송하며 악기와 춤·노래를 함께 펼쳐, 음성과 몸짓이 결합한 종합예술을 완성합니다. 몽골족의 호미(呼麥, 후미) 창법 역시 샤머니즘적 요소에서 기원하여 자연과의 교감을 노래하는 전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처럼 소수민족 음악은 구술과 체험을 중심으로 전승되어 왔지만, 현대에 들어 산업화·도시화로 인해 전통적인 전승 경로가 위협받기도 합니다. 다만 녹음·영상 등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새로운 보존 및 확산 통로로 작동함에 따라, 글로벌 무대에서 민속 음악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습니다.

2. 나시족 음악의 신비와 국제적 반향

나시족은 중국 남서부 윈난성 리장(麗江) 일대에 주로 거주하는 소수민족으로, 동파(東巴)라는 독자적 신앙 체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동파 문화에서 파생된 의식 음악은 봉헌, 제례 등 종교적 목적과 긴밀히 연결되어, 장중하고 신비로운 선율을 들려줍니다. 또한 한족과 티베트, 동남아 일대와 맞닿아 있는 지리적 특성 덕분에 다른 문화권의 영향도 자연스레 받아, 독특한 혼합적 음악 세계를 구축했습니다. 특히 ‘동파음악(東巴音樂)’은 신화·전설이 담긴 가사를 중요하게 여기며, 전통 타악기부터 관악기, 현악기까지 다양한 악기가 함께 어우러져 신성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최근에는 일부 예술가와 공연단이 서양의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같은 악기를 접목해 퓨전 음악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리장 고성(古城)에서는 이러한 퓨전 공연이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어, 전 세계 방문객들에게 나시족 음악의 독특한 미학을 알리는 동시에 지역 경제에도 기여하고 있습니다. 해외 페스티벌 초청을 통해 나시족 음악은 신비로운 동양 음색이라는 호평을 얻으며, 세계 음악시장에서 주목받는 대표적인 사례로 부상 중입니다.

 

3. 몽골족 호미(呼麥)와 유목민 전통의 세계화

중국 북방과 몽골고원을 무대로 살아온 몽골족은 광활한 초원에서 유목 생활과 밀접한 음악 전통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중심에는 호미창법이 자리 잡는데, 한 사람이 동시에 두 개 이상의 음역을 내거나 고음역 휘파람 소리를 만들어내는 기법으로 유명합니다. 이는 대자연 속에서 터져 나오는 호방함과 영적인 울림을 표현하기에 적합하며, 바람 소리·물 흐름 등 자연환경을 모사하는 예술적 특징을 갖습니다.
몽골족의 대표 악기인 마두금(馬頭琴)은 말머리 장식이 달린 현악기로, ‘초원의 첼로’라 불릴 정도로 서정적이면서도 깊은 호소력을 지닙니다. 최근 들어 마두금을 전자악기로 개조하거나, 호미와 결합한 록·메탈 밴드가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등 실험이 활발합니다. 예컨대 몽골 밴드 ‘더 후(The Hu)’는 호미 창법과 전통 타악기·현악을 록 음악 비트에 융합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유럽·미주 투어로 글로벌 팬덤을 확보했습니다. 이는 유목민 전통 음악이 서양 대중음악과 결합해 강렬한 음향을 탄생시킨 대표 사례이자, 문화 간 융합이 어떻게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중국 민속 음악과 세계 음악

4. 중국 민속 음악과 세계 음악의 융합

세계 음악 무대에서 중국 민속 음악은 이국적인 음향와 풍부한 전통 서사를 내포하고 있어, 서양 청중에게도 신선한 충격과 감탄을 안겨줍니다. 나시족의 동파음악, 몽골족의 호미 창법 외에도 티베트, 위구르, 조선족 등 다양한 민족이 지닌 전통 선율과 가창 기법은 문화 교류의 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는 언어 장벽을 넘어서는 인간 공감대와 감수성을 자극하며, 각 민족이 축적해 온 역사·신화·종교적 색채를 간접 체험하게 만듭니다.
특히 퓨전 재즈, 일렉트로닉, 힙합과 같은 현대 대중음악 장르와 소수민족 음악을 결합하는 시도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몽골 초원의 바람 소리를 샘플링해 일렉트로닉으로 재가공하거나, 나시족 전통 타악기 리듬을 힙합 비트 위에 얹는 등 창의적 협업이 잇따릅니다. 이렇게 탄생한 새로운 음악들은 전통을 과거의 유물로 머물게 하지 않고, 글로벌 관객에게 역동적이고 살아 있는 문화로서 재인식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5. 전승과 저작권, 디지털 시대의 과제

나시족·몽골족을 비롯한 중국 소수민족 음악은 공동체 전승과 구술 문화에 기반해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왔습니다. 악보보다는 입에서 입으로, 몸짓에서 몸짓으로 전해지는 방식을 취하다 보니, 산업화·도시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전승 인구가 줄어드는 문제가 대두되었습니다. 또한 상업화 과정에서 일부 공연은 관광객의 흥미 위주로 재편되거나, 민속 음악의 원형이 퇴색되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 정부와 민간 단체, 예술가들은 전승 교육 프로그램, 무형 문화유산 등록, 디지털 녹음·영상 기록 등 다양한 보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민속 음악은 저작권 측면에서도 독특한 난제를 안고 있습니다. 대개 집단 창작이 오랜 기간 축적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단독 권리로 귀속시키기 어렵습니다. 해외 무대에서 음반 발매나 상업 공연을 추진할 때, 실제 창작 공동체나 전승자들에게 제대로 된 저작권료가 돌아가지 않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런 문화 착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민속 음악의 원 저작권자라고 할 수 있는 지역 공동체에 대한 정당한 보상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추세입니다. 동시에 SNS, 스트리밍 플랫폼, 동영상 사이트 등을 통한 빠른 확산이 가능해진 만큼, 언어 장벽과 문화 이해를 돕기 위한 정보(자막, 해설 등)를 병행 제공하는 전략도 필수적입니다.